선물
강남 끝자락에 있는 전 직장을 다닐땐 뭐라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달마다 생일자에게 그림 선물 하나씩 줬었다. 내가 누군가와 친해질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했고, 유튜브 컨텐츠도 되고 나에겐 두마리 토끼를 잡는 가성비 좋은 전략이었다.
받은 사람은 기뻤을지? 그냥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이런사람은 처음이었겠지. 라는 생각을 해보며 선물을 다 주고 다음해 내 생일이 돌아왔을땐 축하 한마디도 없었다. 가까이 앉은 사람들, 혹은 가까운 선임과 동기들만 생일축하를 해줬다. 그것도 나름 감사한일이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다들 책상에 내 그림 하나씩은 걸려있을텐데,,아무도 모르게 푹푹 한숨을 쉬었다. 회사는 감정빼고 다니는게 맞다. 역시 인생은 돌고돌아 혼자다.
감정 빼고 업무능력으로만 회사를 다니기엔 너무 버거웠다. 업무가 진행되면 서로 날카로운 말들이 오가기도 하고, 작은 행동이라도 커다란 태풍처럼 다가왔다. 업무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윗사람들만 알고 업데이트를 해도 알려주지 않는게 일쑤였다. 그래서 눈치가 빠릿빠릿하지 않으면 힘들었다. (눈치로 해결되지 않은 일이 대부분이었지만) 업무량을 시간으로 보여주는 회사였기에 아무것도 안해도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야근을 대부분이였고, 일에 대해 자연스레 배워지는게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건축가에게 배운다. 라는 느낌보다는 기계 톱니바퀴가 되어버린 느낌. 한팀이 디자인 만들고 대표님한테 보여주고 검토받는게 일이었다. 회사에 특징이 없었고, 배우는게 없던 일은 너무나도 바빴다.
지난날 지치기도 했던 나날들이 가끔 꿈에 나올때도 있다.
내 스스로에게 성장을 요구하는날은 자연스레 오더라, 결국 과정중에 감정은 배제하는게 맞았고 혹독한 결과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회사 나오면 지옥이다. 라는 말을 수백번 되뇌이면서 쫒기듯 살아왔다.
결국 첫번째 버킷리스트 건축사 자격증은 금방딸 수 있었고, 공부의지를 이어가 전공공부는 나름 계속하고 있다. 다른것도 도전하고 싶은게 많아졌다. 전직장을 비하하는건 아니지만 계속 있었으면 일 잘하는 커다란 톱니바퀴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마음이 있다.
사람마다 느끼는건 다르다. 누군가는 그 일이 계속 맞아서 나름대로 성장했을 수 도 있다. 나에게 방식이 안맞았던것이다.
나의 방식대로 세상을 맞출것이다. 반기지 않는 누군가를 위해 좋아하는 건축물을 그려주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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