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건축가의 독서

조지오웰_1984

041jun 2024. 11. 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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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허무감이 몰려올때 후첨된 옮긴이의 말을 보고 그래 이거지 하면서 감탄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쓰는 독후감이 아닌, 책 뒤에 나온 옮긴이의 말로 대신 하겠습니다. 독후감이 너무 좋아서 공유드릴려고 예전에 기록해둔걸 올렸습니다. 글 전체가 너무 길어서 일부 편집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글의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감안해서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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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은 1946년에 이작품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 당시 오웰은 아내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벗어나지 못한채,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고 한다.

더군다나, 폐결핵의 악화로 사회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요양원과 병원 신세를 지고 있었고

이 소설은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 쓰여졌다.

 

이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울하다.

오웰 자신도 "만약 병이 그렇게 심하지만 않았다면 이 소설도 그다지 어둡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던 바 있다.

 

『1984』는 전체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당시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전체주의를 비판하면서 미래에 대해 예언한 소설이라고 평했다.

물론 그때를 기준으로 보면 『1984』는 분명히 미래소설이다.

하지만 지금은 2000년대이므로 더 이상 미래 소설이 아니다.

더욱이 우리는 이제 전체주의 체제를 두려워 하지도 않는다.

그것은 이미 지난 시대의 유물일 뿐이다.

그렇다면 『1984』는 오늘을 사는 우리와 무관한 소설일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오늘날의 우리는 항상 감시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윈스턴이 하루 스물네 시간 텔레스크린의 감시를 받으며 생활했듯이 말이다.

『1984』에 나오는 텔레스크린은 누가 보아도 가공할 감시 장치이자 강력한 통제 기구이다.

 

조지오웰이 이 소설을 쓴 1940년대에는 이런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공상처럼 들릴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얼마든지 가능한 이야기이다.

은행, 백화점, 관공서 등 어디나 할 것 없이 몰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그리하여 누군가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컨대 우리가 언제 얼마의 현금을 인출하는지,

어떤 물건을 사는지, 무슨 복장을 하고 공문서를 발급받는지를 감시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첨단의 정보화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과학 기술이나 정보화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해주는 고마운것이다.

그러나 이것들은 자칫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할 대상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정보화는 프라이버시의 공간을 위협함으로써 우리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

특히 고도로 권력이 집중된 상태에서의 정보화는 『1984』의 오세아니아보다 더 암울한 사회를 만든다.

 

당연히 그런 사회에서의 개인이란 한없이 무력한 존재일 수 밖에 없다.

그 같은 사회에서는 자유주의가 질식하고 인간성은 말살되며 정의와 평화 대신 허위와 조작과 테러가 횡행한다.

우리는 역사가 그런 방향으로 가리라고는 생각하지않는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암울한 사회는 얼마든지 미래에 잠재되어 있을 수 있다.

요컨대 우리는 언제든 윈스턴 스미스의 처지로 전락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984』는 조지오웰이 우리에게 던지는 심각한 경고이기도 하다.

 

1984년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1984』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1984』는 결코 이십 년 전의 과거나 먼 미래의 상황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정보화 시대라고 일컫는 오늘날의 상황이다.

『1984』안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의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 인간에게는 자유를 지키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유를 지키려는 의지 앞에서는 그 어떤 정치적 권력도 끝내는 좌절하고 만다.

자유를 향한 의지를 품고 있는 한 전체주의보다 더 강력한 정치 시스템도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

우리가『1984』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옮긴이의 말, 정회성

201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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